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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고아라고 성경험·성병 진단서 떼오라는 예비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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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아권인연대
댓글 2건 조회 4,515회 작성일 23-04-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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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희망자, 사실상 입양 불가능…뒷거래 의혹 심각 상태"
"고아들 정규직 거의 없고 고깃집·유흥업소 등에서 일한다"
"OECD중 한국처럼 고아 많은 나라 없어…유기피해인특별법 필요"


편집자 주 =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 인터뷰 기사 송고는 지난 21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삶] "6살 나는 강남고속터미널에. 7살 누나는 서울역에 버려졌다"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주로 개인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사회적 차별 등을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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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이건희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44)는 고아 출신들은 취업하기도 어렵고, 결혼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곳곳에서 차별이 발목을 잡는다고 했다.

심지어 결혼할 때 고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성 경험 유무, 성병 유무를 판별하는 병원 진단서를 가져오라는 예비 시어머니도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고아 자체와 보육원이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고아 발생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부모가 자녀를 버리는 범죄를 저질러도 책임추궁을 받지 않고, 국가는 수사하지 않으며, 보육원과 입양기관은 먹잇감 확보한 듯이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기피해인특별법(고아인권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만 6살 때 어머니에 의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버려졌다. 그 직전에 만 7살의 누나 역시 어머니에 의해 서울역에 유기됐다. 조 대표는 부모님 찾기에 나서 39세였던 2018년에 아버지와 누나를 만났다.

조 대표는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도사, 택시 기사 등을 거쳐 지금은 용달차 한 대를 구입해 화물 운송업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고아권익연대를 창립해 고아들을 경제적, 정서적,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대학원 다닐 때 만난 아내와 결혼해 2남 2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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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사진에서 조윤환(맨 왼쪽)
[본인 제공]


-- 독서는 많이 하는 편인가.

▲ 나는 성경을 자주 읽는다. 성경은 내 인생의 나침판이다. 성장기 나에게 부모는 없었지만, 성경이 나의 윤리적 기준이 됐다.

-- 신학대학원을 나왔는데, 왜 목회 활동을 하지 않나.

▲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직후에 3년간 전도사 생활을 했다. 그때 나는 고아이기에 보통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목회는 상당히 종합적이고 수준이 높은 직업인데, 나 같은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회 활동을 포기하고 법인 택시, 개인택시 기사를 거쳐 지금은 개인 용달차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아내, 2남 2녀의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탁구, 축구, 배드민턴을 한다. 중학교 때는 체력장에서 전교 2등을 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이제는 돌봐야 할 자녀가 4명이나 되다 보니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감사하다. 가족이 그리웠는데,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매일 딸 등교도 시켜준다. 내가 꿈꿔왔던 것을 이룬 것이다.

-- 술·담배는 안 하나

▲ 술은 마시지 않는다. 나는 힘들면 술을 마시는 대신에 기도한다. 고아들은 술을 멀리하는 게 좋다.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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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보육원에서 조윤환(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본인 제공]


-- 본인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였나.

▲ 부모님을 찾았을 때다. 어머니가 아직은 나한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머니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고, 필요하면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내 고향 땅을 밟아보고, 내 이름과 생일을 찾은 것에 만족한다.

-- 부모님을 찾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 경찰서로부터 부모로 추정되는 분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2개월 동안 걱정이 많았다. 아버지가 상봉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은 아버지가 만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의 이름, 나이, 주소, 전화번호 등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 본인과 누나를 버린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나.

▲ 2018년 나는 경찰과 행정부의 도움으로 부모님과 누나를 찾아 구로경찰서에서 상봉했다. 그때 어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만남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의 주소지를 파악해 별도로 찾아갔다. 그때 나는 "모두 이해하고 용서한다"고 어머니한테 말했다. 사랑, 용서, 화해는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고,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계셨다. 나는 "엄마, 서울로 올라가려 하니 밥 한 끼만 줘"라고 말했다. 나의 이 말에 어머니는 새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어머니는 우리 남매를 버리고 다시 결혼했지만, 재혼 생활이 불행해 보였다. 상당히 힘들게 살아오신 것 같았다. 지금은 명절 때마다 어머니를 만나러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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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고아들 구한 미군
(서울=연합뉴스) 1950년 12월 블레이즈델 중령 등의 도움으로 제주도로 피신한 전쟁고아 가운데 일부가 영화 촬영을 위해 미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뒤에 선 미군이 러셀 블레이즈델 중령(왼쪽)과 딘 헤스 대령이고, 맨 오른쪽은 황온순 한국보육원장이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보육원은 어떤 곳인가.

▲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를 '보호 대상'이라고 부르는데, 보육원에서도 고아들을 '보호 아동'이라고 한다. 보육원에서 쓰는 용어가 교도소와 비슷하다. 보육원의 환경은 교도소 이상으로 열악하다. 보육원의 삶이 군대보다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보육원 아이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다. 그런 아이들이 왜 교도소나 군대보다 인권이 안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 보육원 시절 즐거웠던 기억은 없나.

▲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 있다. 같이 놀다 배가 고프면 산에 올라가 밤, 산포도, 머루 등을 따먹었다. 개울에서 친구들과 가재를 잡기도 했다.

-- 보육원 친구들은 퇴소 후에도 서로 친하게 지내나.

▲ 가난하기 때문에 서로 도와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1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줬는데, 그 친구가 워낙 힘들게 살기에 못 갚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진다. 고아들에게 1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 고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하는 고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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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행사에서 즐겁게 노는 보육원 아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보육원 아이들은 후원자나 자원봉사자가 오기를 기다리나.

▲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과 매칭돼 부모-자식 관계처럼 보육원 밖으로 나들이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은 이때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처럼 사랑을 받게 된다. 나는 어떤 교회 장로분의 집에 초대돼 갔었는데, 그 집에 사는 누나도 나를 이뻐했고, 남자 동생도 나를 잘 따랐다. 아이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마치고 보육원으로 돌아오면 밤에 눈물을 흘린다. 짧은 하루를 보냈지만 그 집이 너무 그립고,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친누나가 생각나서 더욱 서러웠다. 그러나 이런 후원은 지속되지 않고 1∼2회로 그친다.

-- 이런 후원들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이유는.

▲ 보육원 원장이 이런 접촉을 원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보육원 내부의 실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고아들이 보육원 실상에 관해 이야기하면 후원자들은 충격을 받고 울기도 한다. 실태를 알아도 도와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보육원 밖에서 하는 다른 행사는 없나.

▲ 단체로 수영장이나 스키장에 가거나 놀이공원에 초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행사가 있으면 그 행사 전 며칠간은 보육원 형들도 후배들을 구타하지 않는다. 본인들도 기분이 들떠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로서는 형들한테 구타당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 그런 행사가 기다려진다.

--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나.

▲ 그들이 지원을 미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보육원 아이들은 그루밍 성범죄에 취약하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베풀어 심리적 지배를 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보육원 아이들이 외롭고 정에 굶주려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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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이건희 촬영]


-- 초등학교 시절, 차별을 느꼈나.

▲ 나는 어렸을 때 학교에 가면 절대적 빈곤을 많이 느꼈다. 고아들은 학습 준비물을 제대로 못 챙겨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를 관리하는 보육교사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 어렵다. 시험 시간에 연필이 없어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보육원은 고아들에게 제한적으로 학용품을 지급하는데, 아이들이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보육원의 생활 여건은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학교에 가면 상대적 빈곤에 따른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워낙 친구들의 부모가 잘살고 있기 때문이다.

-- 고아들은 대학에 많이 진학하나.

▲ 대학에 입학하는 고아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 보육원에서 선택된 일부만 대학에 갈 기회가 생긴다. 대학은커녕 보육원에서 가출하는 바람에 중고등학교를 중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 나는 보육원으로부터 대출받아 첫 등록금을 냈다. 이후에는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도 야간 도시락 배달, 주류 운반 등의 여러 가지 일을 했다.

-- 대학 생활하는데 돈이 매우 부족한가.

▲ 보통 대학생들은 부모로부터 한 달에 50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고, 필요하면 더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고아 출신 대학생들은 보육원으로부터 10만∼20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으니 아주 부족한 상황이다. 나도 보육원으로부터 매달 10만원의 용돈을 받았다. 이 돈으로 책도 사야 하고, 밥도 사 먹어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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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식 때 학사모를 쓴 조윤환, 교회 선배들과 함께
[본인 제공]


-- 작년 8월 광주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던 보육원 출신 대학생도 용돈 문제가 있었나.

▲ 그 학생은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친구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위해 본인에게 들어온 후원금을 보육원 측 몰래 인출해 썼다. 보육원 측은 이 사실을 알고 심하게 꾸짖었다. 앞으로 등록금을 비롯한 지원은 없다고 통고까지 했다. 그러자 그는 남아있던 후원금 90만원마저 모두 인출해 사용하고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방학 때 혼자 기숙사에 있다가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쪽지에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라는 내용이 있다.

-- 후원금은 당연히 당사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보육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육원이 고아들 후원금에서 돈을 빼어 써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회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지자체의 아동복지 담당 직원들은 은퇴 후에 보육시설 재단에 이사로 오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와 보육원 간에 유착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감시망도 허술하다. 내가 보육원에서 퇴소할 때 지자체가 주는 자립정착금이 300만원이었는데, 이를 받지 못했다. 원장이 횡령한 것이다.

-- 방학 때 기숙사에서 혼자 남아 있으면 외로울 텐데.

▲ 친구들은 모두 고향에 갔는데, 홀로 있으면 당연히 외롭다. 나는 대학교 시절 방학 때는 기숙사에서 퇴실해야 했다. 문제는 짐을 맡길 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차를 가지고 와서 짐을 실어 갔다. 짐을 택배로 집에 보내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그럴 수 없기에 사감 선생님께 부탁해서 기숙사 지하 창고에 짐을 쌓아 놓아야 했다. 숙식은 여기저기 떠돌면서 해결했다.

-- 방학 때는 보육원에 가 있으면 안 되나.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이 보육원에 있는 것을 원장이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컨트롤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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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본인 제공]


-- 보육원 출신들은 주로 어디에 취업하나.

▲ 고깃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육원 시절 배고팠던 기억에 고깃집에서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당에서 잠을 재워주니 괜찮은 직장이라고 고아들은 생각한다. 식당 주인도 밤낮으로 일을 시킬 수 있어 고아들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 식당 외에 어디에 취업하나.

▲ 고아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다. 편의점을 비롯해 많은 직장이 가족의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기도 한다. 성매매를 하는 사람도 있고, 폭력조직에 들어가기도 한다. 정규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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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대전 시립극장에서 열린 고아 합동결혼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아 출신의 자립률은 어떻게 되나.

▲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사람을 자립했다고 본다면 5∼7% 정도 될 것이다. 대부분의 고아가 자립을 못 하고 있다.

-- 결혼할 때 고아 출신이라는 사실이 걸림돌인가.

▲ 그렇다. 한 고아 여성은 결혼하려 할 때 시어머니 될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주문을 받았다. 성 경험 유무를 판단하는 처녀막 진단 결과를 병원에서 떼어 오라는 것이었다. 성병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병원 진단서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 모욕에도 불구하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술 먹고 폭행해도 달아날 곳이 없었다. 그 여성은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최대한 참아보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부모가 없는 고아에게는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보육원 출신 중 남자들은 결혼을 많이 하나.

▲ 고아 남성의 경우 결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1%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고아 여성은 그나마 낫다. 어림잡아 30% 정도는 결혼하는 것 같다. 결혼한다고 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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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물난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본인은 아내를 어떻게 만났나.

▲ 내가 대학원 다닐 때 아내는 학부 학생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카풀을 하면서 친해지게 됐다. 아내에게는 매우 미안하다. 내가 고아여서 그런지 따뜻하게 말을 건네지 못했고, 임신했을 때 먹을 것을 사주지도 못했다. 서울 구로구에 살 때는 홍수가 나서 반지하 방이 물에 잠긴 일이 있었다. 추석 때였고, 아내는 임신 상태였다. 밤에 자고 있는데 방안으로 물이 들어왔다. 방문을 열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몇 개의 가전 도구를 건지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아내는 그 장면을 보고 울었다. 서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불쌍해서 운다고 했다. 그때 가전 도구는 몇 개 안 됐는데. 거의 주워 온 것들이었다.

-- 아내와의 결혼 과정은 순탄했나.

▲ 부모들은 대체로 자녀가 고아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반대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인·장모님 역시 나와 결혼하겠다는 딸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나를 받아들였다. 그 당시 장인·장모님의 아들이 여자 쪽 집안의 결혼 반대에 부닥친 일이 있었다.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인·장모님은 아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는 딸에게 헤어지라는 말을 못 했다고 한다.

-- 결혼 전에 연애할 때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

▲ 결혼 전에 피아니스트와 사귄 적이 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목사였는데, 사귀는 것을 반대했다. 그분은 나에게 할머니라도 있다면 만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때 나에게는 부모도, 할머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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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옷가지를 선물 받고 즐거워하는 보육원 원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외국에는 보육원이 별로 없나.

▲ 선진국 중에서 한국처럼 대규모로 보육원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1∼2개 정도다. 한국에는 보육원이 240여개에 달한다. 수용인원은 2만5천명 안팎 정도 된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에도 보육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에 보육원이 많은 이유는 뭔가.

▲ 고아가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없다. 이는 제도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대체로 입양 등으로 고아를 흡수한다. 독일의 경우, 아이를 유기하면 끝까지 추적해 그 부모를 찾아낸 뒤 아이에게 투입한 비용을 구상권 청구방식으로 철저히 받아낸다. 물론 형사처벌도 엄중하다. 한국은 아이를 유기해도 경찰이 수사하지 않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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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의 문제를 지적하는 플래카드

-- 어떻게 해야 하나.

▲ 지금 유기피해인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고아를 사회복지 대상이라기보다는 피해자로 규정하고, 부모와 국가, 사회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나는 그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아동을 유기했을 경우 처벌의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 현재는 자녀를 유기해도 경찰이 수사하지 않으니 처벌도 없다. 국가가 직무 유기뿐 아니라 공범과 다름없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러니 부모가 자녀를 쉽게 버린다.

-- 고아 발생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인가.

▲ 그렇다. 자녀를 유기하는 부모에 대한 처벌 외에도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고아 1명당 투입되는 예산이 월 300만∼500만원 정도 된다. 한부모 가정 등 고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예산을 좀 더 투입하면 고아를 줄이고, 예산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고아가 원 부모의 허락 없이도 방문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지금은 아이가 부모를 찾아갈 수 없다는 뜻인가.

▲ 현재는 그렇다. 국가가 원 부모의 주소지를 알아도 고아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버젓이 부모가 살고 있는데도 방문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유기인피해특별법은 아이를 피해자로, 부모를 가해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부모의 허락 없이도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동 유기 사건이 발생하면 사법기관이 신속하게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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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환경개선 봉사에 나선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부모가 자녀를 보육원에 일시적으로 맡기는 사례가 많은가.

▲ 보육원에 맡긴다는 것은 부모가 정식절차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본인의 신원과 연락처 등을 기재해야 한다. 그런 경우는 드물다. 대체로 아이를 그냥 던져 놓고 간다. 한마디로 유기다. 그런 부모가 다시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 부모가 보육원에 있는 자기 아이를 후원하는 경우는 없나.

▲ 그런 사례를 알고 있다. 어떤 아버지가 재혼을 위해 딸을 보육원에 버린 후 후원자로 신분을 속이고 대학 학비까지 제공했다. 이 딸은 보육원 원장이 흘린 말을 통해 그 후원자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찾아갔다. 그 아버지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재혼한 새 부인과의 사이에 자녀도 있으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 딸은 두 번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 고아가 처음 확인되면 어떻게 배치되나.

▲ 고아가 발생하면 싸움이 일어난다. 보육원 사업자협회, 그룹홈 사업자협회, 입양기관 등이 서로 아이를 확보하려 한다. 아이가 돈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좋은 순서로는 입양, 가정위탁, 그룹홈, 보육시설 등의 순이다. 대규모 보육시설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지 않다. 보육원장들의 모임인 보육원 사업자협회가 가장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보니 보육원에 많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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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인권 침해 조사 촉구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입양은 쉽지 않은가.

▲ 보육원은 일단 고아가 생기면 데려가려 하고, 이미 수용 중인 아이는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상품이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하면 먼저 보육원장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때 뒷돈이 필요하다. 액수는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수천만 원이다. 대부분의 보육원 원장은 아이가 보육원에 계속 남아있을 경우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액수를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그들은 입양 희망자에게 "좀, 기다려봅시다"라고 하는데, 눈치 빠른 입양 희망자는 수천만 원을 마련해 후원금으로 내놓는다. 보육원뿐 아니라 입양 창구 기관에도 뒷돈을 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뒷돈은 대체로 현찰로 준다. 그래야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입양 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 입양하고 싶어도 입양을 못 하는 부모가 꽤 있다.

-- 입양 시 주로 어떤 아이가 선택되나.

▲ 잘생기고, 온화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추천하는 사람인 원장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원장의 이쁨을 받는 아이가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 입양제도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 보육원장의 동의가 없어도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양기관이 보육원 아동의 명단을 갖고 있으면 입양 희망자는 순서에 따라 입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입양 희망자 적격성 심사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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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이건희 촬영]


-- 고아권익연대 단체는 왜 만들었나.

▲ 내가 2018년 이 단체를 만들었을 때 강아지·고양이 단체는 5개, 미혼모 단체는 8개였다. 노인단체를 포함해 단체들이 많았는데, 고아 단체는 전혀 없었다. 이건 충격적이었다. 고아들의 권익을 위해 고아들 당사자가 단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고아권익연대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 이 단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고아들이 없어지고, 보육원이 사라지면 이 단체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런 세상이 오도록 활동하고 있다. 고아가 없어지면 노숙자도 줄어들고 무연고 사망자도 감소할 것이다. 노숙자와 무연고 사망자의 상당수는 고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도 보육원은 좋지 않은 곳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보육원을 없애면 고아들이 갈 데가 없어진다. 시간을 들여 점차 없애야 한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우리 고아들도 같은 사람이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여러분들이 누리는 것, 느끼는 것을 좀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취재지원 이건희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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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님의 댓글

초이스 작성일

안녕하세요.
연합뉴스 신문 기사를 보다가 저의 얼굴이 나와있는 사진을 저의 동의 없이 올린 걸 확인하게 됐습니다.
보통 사진을 올릴때 상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던가 동의를 얻지 못 할 시엔 모자이크 처리 하는게 상식이고 이걸 초상권 침해라고 하죠.
연합뉴스 신문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똑같이 수정 하시던지 본인 외엔 다 모자이크 처리 부탁 드립니다.
그렇게 본인이 살아온 과정과 본인의 모습을 온 천하에 알리고 싶으시면 혼자만 알리세요.
열심히 잘 살고 있는 다른 사람까지 피해 줄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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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출신님의 댓글

고아출신 작성일

싸가지 없는 기자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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