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우울에 시달리는 청년들… 맞춤형 관리시스템 필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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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하는 생물종을 우리는 관심필요종이라고 부른다. 아직 멸종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위기에 처하게 될 생물종인 것이다. 이를 인간으로 따졌을 때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할 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과거 보호종료아동에서 긍정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명칭이 변경된 ‘자립준비청년’이다. 전보다 이들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됐지만 아직도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린다. 여전한 사각지대 속 지역에서 살아가는 자립준비청년의 지금을 살피고 이들에게 정녕 필요한 건 무엇인지 세 차례에 걸쳐 살핀다.
대전지역 자립준비청년 542명
전담요원 1명당 약 80명 관리
일반화된 지원·기간 한계 직면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들을 관리하는 체계는 부실하다. 대전지역의 경우 전담요원 1명이 약 80명에 달하는 자립준비청년을 관리해야 해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전담요원 구축을 비롯해 청년별 맞춤형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전지역 자립준비청년은 전년 대비 7명 증가한 542명이다. 성별로는 남성 266명, 여성 276명으로 여성이 조금 많다. 사후관리대상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보육원 등 시설(278명), 가정위탁(221명), 공동생활가정(43명)에서 자랐고 자립준비 연차별로는 1년 이내(52명), 2년 이내(79명), 3년 이내(94명), 4년 이내(104명), 5년 이내(213명) 등이다.
정부가 2021년부터 두 차례에 걸친 자립준비청년 지원 대책을 실시하면서 보호기간 연장 자율화, 자립수당 대상과 기간·금액 확대, 자립정착금 인상 등이 단행됐다. 자립수당은 보호종료 3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확대됐고 지원금액도 월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됐다.
금전적 지원은 확대됐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당장 이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전담요원부터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대전자립지원전담기관에 근무하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은 7명이 전부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1명 늘어난 것이다. 현재 전담요원 1명당 약 80명에 달하는 자립준비청년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기관은 올해 10명까지 전담요원을 늘릴 계획이지만, 1명의 직원이 많은 수의 자립준비청년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높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현 실태와 어긋난 상황이다.
대전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어릴 적 가족의 학대와 유기, 방임으로 인해 심리적 트라우마가 형성된 경우가 많다. 그게 커서도 심리 기저에 깔린 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진단은 이들이 마주한 현실과 일치한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 자립준비청년 50%가 ‘극단적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자립준비 1년 차에는 43.5%, 2년 차는 50.2%, 3년 차는 56.4%, 4년 차는 52.1%, 5년 차는 48.9% 등으로 분석됐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극단적 생각을 해 본 경험’에 대해 97.6%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또래 일반청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관계자들은 자립준비청년 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선영 사회적협동조합 대전자립준비청년통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전보다 경제·심리적 지원이 많이 확대됐지만, 전담요원 수나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자립준비기간이 끝난 청년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5년은 긴 시간이지만, 부모나 버팀목이 돼 주는 가족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짧은 시간이다. 청년별 맞춤형 관리 시스템 등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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