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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사랑쌓기 5년… 죽겠다던 그의 얼굴에 희망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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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아권인연대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3-02-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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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바리스타로 일하는 자립준비청년 A씨가 최근 서울 강동구 성내로의 한 카페에서 라테를 만들기 위해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붓고 있다. A씨는 “손님들이 커피가 맛있다고 칭찬할 때 뿌듯하다. 매달 적금 부으며 돈 버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거예요.”

2018년 보육원을 막 퇴소한 이유민(가명·24)씨는 입버릇처럼 자살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다. 눈빛에는 세상을 향한 적개심과 원망이 가득해 보였다. 샘물교회 성도였던 박성미(47)씨가 처음 만난 이씨의 모습은 이랬다.

박씨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선한울타리’를 통해 이씨와 결연 관계를 맺었다. 이씨의 멘토로 5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박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유민이는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했고 만성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씨로부터 자살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은 2021년 하반기부터다.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지지해주는 ‘딱 한 사람’ 만나니 변화

박씨는 이씨와 결연한 후부터 주 1회씩 만났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박씨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연 이씨는 힘들 때마다 전화했다. 매번 한 시간이 훌쩍 넘도록 자신의 상처를 모두 쏟아냈다. 박씨는 “초반에 유민이를 대하는 게 너무 힘들어 결연 관계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읜 박씨의 남편은 “계속 믿어주자”며 박씨를 격려했다.

2019년 수도권의 한 전문대 패션의상학과에 입학한 이씨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낙제점을 받기 일쑤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껄끄러웠다. 휴학을 했다가 1년 만에 복학한 이씨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삶의 의욕이 생긴 것이다. 의류업계 상품기획자(MD)라는 꿈을 향해 관련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다. 학우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회사 몇 군데에서 면접을 봤다. 박씨는 이씨와 함께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씨의 삶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박씨는 “유민이랑 연락할 때마다 ‘너의 편이 돼주겠다’고 얘기했다”며 “(정서적으로 돌봐주는) 마음의 버팀목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유민이가 바뀔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유민이의 이모처럼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자 관계의 힘

결연을 맺은 멘토 덕분에 건강한 직장인으로 거듭난 자립준비청년도 있다. 채한빈(가명·26)씨는 한 살이던 1998년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초등학생 때 한 번 찾아온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겼다. 채씨는 가족에 대한 상처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았다.

2016년 채씨와 결연한 최상규(55) 샘물교회 장로는 채씨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내향적 청년”으로 기억했다. 채씨의 멘토가 된 최 장로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채씨를 적극 지원했다. 크고 작은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함께 상의했다. 혈연은 아니지만 사랑으로 맺어진 부자 관계로 발전했다. 진로를 바꿔 2020년 정식 헤어 디자이너가 된 채씨는 지금도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만날 때마다 최 장로와 기도하며 결정한다.

현재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에게는 만 5년 이내에 정부의 주거 및 물질적 지원이 집중된다. 최 장로는 이들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한다면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봤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의논할 사람이 없다.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줄 단 한 사람이 절실하다”면서 멘토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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