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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어쩌다 어른이 된 ‘자립준비청년’… 매 순간이 자립의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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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아권인연대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22-09-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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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립준비청년 ‘2102명’ 사회로 진출
소득·교육·고용서 일반 청년과 상당한 격차
정부, 문제 지적에 보호기간·자립수당 상향
자립준비청년·보호아동 향한 인식개선 돼야

입력 2022-09-04 14:09
신문게재 2022-09-05 14면

 
등교하는 고3 학생들<YONHAP NO-0901>
(사진=연합)

 

열여덟. 대한민국 민법상 혼인과 약혼을 할 수 있는 최소 나이. 어떤 열여덟은 대학에 진학해 학생 신분으로 캠퍼스를 누리고, 어떤 열여덟은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어떤 열여덟은 사회로부터 어른임을 강요당한다. 열여덟에 어른이 된 이들은 매일 새로운 자립을 견뎌낸다. 우리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른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아 시설·가정위탁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조치가 종료된 청년을 일컫는다. 이들은 그간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으나 자립의 주체로서의 의미를 담은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됐다.

모든 자립준비청년은 어른들의 사정에서 탄생한다. 어른들의 사정이란 제각기 달라 어떤 이는 자처해서 보호자를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국가로부터 보호자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보호자가 사라진 청년에게 제2의 보호자는 국가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화면 캡처 2022-09-02 215413
2021년 자립준비청소년 현황 (사진=보건복지부)

◇어쩌다 자립한 청년들… 소득·교육·고용 위기 맞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립준비청년은 2102명으로 집계됐으며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은 연간 1만2256명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매년 2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시설로부터 강제 독립된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립준비청년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은 일반 청년과 소득·교육·고용 등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자립준비청년의 월 평균 소득은 자립수당 등 정부지원금을 포함한 12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시 최저 임금 환산 소득(179만원) 보다도 52만원 낮은 수준이다.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62.8%로 일반 청년(70.4%)보다 낮은 수준이며 대학 포기 이유는 학업 동기·목표 결여, 진로정보 부족, 경제적 여건 등으로 조사됐다. 또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은 16.3%로 청년실업률(8.9%)의 두 배에 육박하며 비정규직 비율은 36.4%로 일반 청년(29.6%)의 1.8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경험에 자립준비청년의 50%가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일반 청년(16.3%)보다 3배 높은 수준이다. 자살을 생각한 1순위로는 경제적 문제(33.4%)가 최다를 차지했으며 가족갈등과 가정생활 문제(19.%), 정신과 질환(11.2%) 등이 뒤를 이었다. 부모의 부재 또는 생존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절반 이상으로 일반 청년보다 사회적응에서 충분한 관심과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정부가 왜 자립의 기준을 나이로 설정했는지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자녀가 독립한다고 했을 때도 나이로 독립을 시키는 건 아니지 않냐. 개인마다 자립의 시기가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는 건데 일괄적으로 어떠한 나이를 정해서 ‘나이를 넘었으니 자립해’라고 하는 건 진정한 보호체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립지원 정책 재편… 보호연장 만 24세까지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에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제도개선에 나섰다. 먼저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산안에 자립준비청년 관련 예산을 438억원 편성했다. 자립 준비 청년에게 지원하는 자립수당도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2년 연장하고 그 기간 지급하는 자립수당은 월 35만원에서 5만원 늘린 40만원으로 정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여건인 주거지원도 강화됐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연간 2000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 지원 대상에 자립 준비 청년뿐만 아니라 보호연장아동도 포함하도록 지침 개정을 완료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내 집 마련에 자립준비청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주거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정부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아동의 의사에 따라 별도의 사유가 없어도 만 24세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만 18세까지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이 주거지와 진로를 확정하고 심리적으로도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자립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등교육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학 기회균형선발(전체 모집인원의 10~15% 의무) 대상에 자립준비청년을 포함하도록 했다. 자립준비청년의 고용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국민취업지원, 청년도전지원사업, 국민내일배움카드 등의 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경제교육·인식개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을 둘러싼 과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오기 이전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기를 수 있도록 경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지원금이라는 목돈을 일시에 받기 때문에 경제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 있어 충분히 상의할 수 있는 인력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일반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가 독립한다고 전 재산을 한 번에 주지는 않는다. 자녀가 책임질 수 있는 몫은 주되 나머지는 결혼 등 큰일에 대비해 부모가 대신 저축하지 않느냐. 자립준비청년에게도 마찬가지로 자립지원금의 목적을 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립지원금을 생애주기별로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 하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미디어와 사회에서 비치는 자립준비청년, 보호아동에 대한 이미지 개선도 시급하다. 직장인 A씨는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고아는 모두 가난하거나 범죄자였다. 그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금은 나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지만 주변인에게 부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릴 때 굉장히 두려웠다. 고아는 잘못된 게 아닌데, 내가 선택해서 된 게 아닌데 그런 시선들이 굉장히 무서웠고 슬펐다”고 토로했다.

조 대표는 “보호아동을 예전엔 고아라고 불렀다. 이 아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면서 내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간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회복지프로그램보다 부모, 보호자의 손길이다. 이런 개념으로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고아라는 껍질 속에 있는 개인의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순간 그 아이는 더 이상 고아가 아니게 된다. 사회 시선이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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