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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해도 찾지 않는… 보육원 아이들 ‘버림받음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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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아권인연대
댓글 0건 조회 1,303회 작성일 22-07-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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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중도퇴소자 관리 구멍

내부 폭행·학대 등 못 이겨 ‘탈출’
찾는 이 없어 유흥업소·가출팸行
사망해도 ‘제도 밖’ 외로운 죽음

시설선 실종신고 의무 없어 ‘방치’
보호중단 사유 ‘기타’로 분류될 뿐
관리 주체 지자체, 별도 추적 없어
아동단체 “국가,
제도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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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희(가명)씨가 보육원 퇴소를 결심한 건 2002년, 17살 때였다. 20년 전 어느 날 친구들과 놀다 밤늦게 들어온 정씨를 보육원 사무국장이 멈춰 세웠다. 통금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무국장은 야구방망이로 정씨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열두어대쯤 맞았을 때, 정씨는 ‘더럽고 치사해 여기 못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책가방 하나만 챙겨 보육원을 뛰쳐나왔다. 정씨는 그렇게 5살 때부터 살아온 보육원에서 ‘가출’했다.

아동·청소년이 가출하면 부모가 실종 신고를 하고, 경찰이 자녀를 가족의 품으로 인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씨는 달랐다. 부모도, 보육원 선생님들도 찾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민 곳은 한 유흥업소. 갈 곳 없는 정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돈도 벌게 해줬다. 그곳에서 정씨는 20년을 일했다.

정씨는 지난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날마저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 한번씩 안부 인사를 건네던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가 정씨로부터 연락이 없자 실종 신고를 하면서 그나마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을 뿐이다.

경찰은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도, 직계가족이 아니라서 그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조 대표는 “보호대상아동이 시설을 조기 퇴소하면 가출로 분류되는데, 시설 원장이 신고하지 않으면 아무도 아이를 찾지 않고 돕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이슬처럼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22일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의 보호기간이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연장된다. 보호대상아동이 시설에서 머물며 자립을 준비할 시간을 늘려주는 긍정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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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보호대상아동 지원정책은 보호기간을 끝까지 채운 뒤 퇴소하는 ‘보호종료’ 아동 위주로 논의됐다. 정씨처럼 시설을 중도 퇴소한, 이른바 ‘보호중단’ 아동은 여전히 제도 사각지대에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종료 아동이 2102명을 기록한 가운데, 보호중단 아동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2020년 기준으론 보호종료 아동이 2368명, 보호중단 아동은 1193명이었다.

2020년 보호중단 아동이 시설을 중도 퇴소한 사유를 보면, 원가정 복귀가 634명으로 가장 많다. 다른 시설 전원이 433명으로 뒤를 이었고, 입양(39명)과 가정위탁(36명)도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기타’로 분류된 51명이다. 복지부는 이들의 구체적 사유를 파악하지 않았다. 아울러 보호중단 아동은 지자체별로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자체도 이들의 인원수만 파악할 뿐, 별도로 추적하거나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호종료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지원하지만, 보호중단 아동은 지원할 법적 근거나 관련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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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단체들은 이들 대부분이 시설에서 가출한 아동일 것이라며 보호중단 아동에 대한 정부 관심을 촉구했다. 조 대표는 “시설에서 중도 퇴소한 아이들은 숙식 문제를 해결해주는 유흥업소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출팸을 형성하거나 범죄에 가담하고, 노숙 생활을 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자발적인 ‘가출’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사실은 규칙을 견디지 못하거나 왕따·폭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탈출’한 것일 수 있다”며 “보호중단 아동을 피해자로 생각하고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이의선 팀장은 “중도 퇴소한 아이들은 길에서 전전긍긍하다가 안 좋은 선택을 하고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며 “아동보호시설은 가출한 아동에 대해 실종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없고, 조기퇴소 아동을 관리하는 정부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아이들이 사회에서 붕 뜨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국가가 접촉한 아이인 만큼, 책임지고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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