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 19세 자립준비청년의 아픔- 박동진(김해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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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기도 천안에서 20세 청년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한 달 뒤인 7월에도 24세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청년 모두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었다.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했던 두 명의 자립준비청년의 자살에 이어 올해도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위험하다. 생활고와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지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을 말한다.
이들은 시설의 보호를 받다 만19세가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국가는 이들을 위해 퇴소 후 일정 보호기간 동안 자립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의 비보가 전해진 뒤 정부는 보호기간 연장 및 지원수당 인상 등 보완대책을 내놨다. 지원수당은 매달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됐으며, 보호기간도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 일원으로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지속가능한 물리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립준비쳥년들의 정신 건강을 보듬을 수 있는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립준비청년의 자살: 자립지원제도가 갖춘 것,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라는 문항에서 보호종료예정아동의 42.8%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그렇다’의 답변 비율은 50%였다.
보호종료 연차가 3년차일 때 그 비율은 56.4%로 절반을 넘어선다. 그 수치 속엔 보호기간이 종료된 후의 삶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전망이 담겨 있다.
사회복지 및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경제적인 기반과 함께 든든한 정서적 기반이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 고독하고 불안정한 홀로서기는 궤도 이탈로 이어지고, 이들은 결국 사회적 문제아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가족·고향과 같은 곳이 필요하다. 그들을 정서적으로 품고 돌봐 줄 기관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만 19세면 법적으로 성인이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독립을 홀로 감당해내기에 이들은 아직 너무 어리다. 적어도 자신의 분야를 일구고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낼 때까지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인간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장기적 정책으로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성공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이렇게 장기적 지원 속에 성공을 이룬 이들이 자신을 돌봐 준 시스템에 또 다시 기부를 한다면,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생(生)은 없다. 지금껏 소외되었던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함께 그들이 위태롭지만은 않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박동진(김해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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