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지원금 한 푼 없이' 거리로 내몰린 중도퇴소아동…"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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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영민 기자 = 보육원을 중도에 퇴소한 18세 미만의 아동들이 정부의 자립수당·자립정착금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맨몸'으로 사회로 내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도퇴소아동은 소득도, 자산도 없지만 아동복지시설의 보호도 받지 못해 '취약계층 중의 취약계층'으로 꼽히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영등포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도퇴소아동이 자립수당을 신청한 건수는 2019년 0명, 2020년 1명, 2021년 1명, 2022년 4명, 2023년(1~8월) 3명에 불과했다. 자립정착금을 신청한 경우도 2019년 0명, 2020년 0명, 2021년 1명, 2022년 3명, 2023년(1~8월) 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현행 아동복지법 등은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아동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지자체가 자립정착금(1000만원)과 자립수당(매월 40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중도퇴소아동은 이처럼 신청 자체가 저조했다.
중도퇴소아동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통고제도'의 폐해가 꼽힌다. 현행법은 아동보호시설의 시설장이 경찰 송치나 검찰 기소 없이도 아동을 법원에 직접 '통고'할 수 있고 법원은 해당 아동을 보호치료시설이나 소년원에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이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시설장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시설에 부적응하면 다른 시설로 옮기거나 벌을 줄 목적으로 통고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광주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국민적 안타까움을 샀던 청년도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으나 보육원장의 통고를 거쳐 보호치료시설에 감호위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청년은 이후 보육원을 중도퇴소한 것으로 처리되어, 자립정착금 등을 받지 못하고 숨졌다.
특히 처분 종료 후에도 시설에서 아동을 다시 받으려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아동복지시설이 아닌 다른 시설로 옮겨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통고를 거쳐 아동이 강제로 감호위탁되거나 소년원에 위탁·송치된 건수는 지난 2016년부터 총 931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중도퇴소아동에 대한 정부의 파악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다른 시설로 옮긴 '중도퇴소아동'에 대한 통계는 관리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중도퇴소아동도 본인이 신청하면 자립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 중이다"고 밝혔다.
중도퇴소아동 본인의 자립정착금 신청 자체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받을 수 있음에도 몰라서 신청을 못 하는' 사각지대를 시급히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아동복지시설에서 18세에 도달한 아동들에게는 자립수당·자립지원금 신청에 필요한 절차들이 안내·지원되고 있지만, 중도퇴소아동들은 그러한 안내 자체를 받지 못해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의 경우 아동복지시설에서 다른 시설로 옮긴 15~17세 중도퇴소아동은 99명이었으나, 같은 해 중도퇴소아동이 자립수당·자립지원금을 신청한 건수는 각각 4건·3건에 불과했다. 지원대상의 범위를 늘려도 본인의 신청 자체가 미비한 실정이다.
김 의원은 "후진적인 사법제도와 정부의 무관심이 결합해 중도퇴소아동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기에 아동이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통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중도퇴소 절차를 거칠 때 지자체에서 아동에게 자립수당·자립정착금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직접 고지하게 하고, 아동권리보장원과 지자체가 제반 절차를 교육·연계하는 등 책임있는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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