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꺼리는 자립준비청년, 카톡으로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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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김승민(가명·29)씨가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비대면 상담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4월 24일 자립준비청년이 자립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비대면 상담센터를 열었다. 이한결 기자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운영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전담 상담센터가 지난 4월 24일 경기도 부천에 문을 열었다. 상담센터지만 특이하게 대면 상담이 아닌 전화통화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상담이 진행된다. 노출을 꺼리는 자립준비청년을 배려한 조치라고 한다. 센터에는 먼저 홀로서기를 경험한 선배 자립준비청년이 상담원으로 활동한다. 센터 1기 상담원이자 자립준비청년 출신의 김승민(가명·29)씨를 만났다.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자립준비청년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해요. 그러려면 누군가 만나서 조언을 듣거나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이 친구들이 제일 꺼리는 게 그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수면 위로 나오는 걸 싫어해요. 숨어 있고 싶은 거죠”라며 “그래서 카카오톡 상담이나 이런 비대면 상담을 찾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노원구에 사는 김씨는 상담센터가 있는 부천까지 매일 왕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소화한다. 김씨는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고 싶어서 (센터로) 가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멘토링 사업을 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금의 상담센터 일이 이를 위한 초석이라고 했다. 아직은 초기라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자립준비청년이 연락을 해온다고 한다. “아이들이 좀 더 많이 이용했으면 한다”는 그의 말에서 후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상담 희망자는 대학 진학과 졸업을 앞둔 이들이 가장 많은 편이다. 진로 관련 정보 수요가 많은 것이다. 김씨는 “‘대학을 가고 싶은데 어떤 전형으로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을 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등의 문의를 하는 분이 많이 있어요. 아는 정보는 전부 말씀드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해요. 몇 분께서 집을 구했다고 전화를 줬는데, 그때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라고 했다.
안타까운 적도 종종 생긴다. 차곡차곡 모은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을 사기당한 자립준비청년을 상담하기도 했다. 꼭 갚겠다는 지인의 말에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례였다. 김씨는 “법률자문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연결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정부지원 수당을 아껴서 목돈을 만든 것 같았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씨가 멘토링의 중요성을 인식한 시점은 대학 졸업 이후 완전한 독립을 준비해야 했을 때다. 특히 금융 분야 상담이 절실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선 돈이 필요했는데, 김씨는 시설 선생님과 개인 후원자 등 멘토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이를 통해 그는 사단법인 함께사는세상(사회연대은행)이 진행하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 ‘플랜V’에 참여할 수 있었다. 플랜V는 지원받은 취업준비자금 800만원 중 일정금액은 반드시 적금에 들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는데, 그렇게 매달 모은 목돈이 1년 뒤 이사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김씨는 “돈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가계부를 계속 쓰긴 했지만 미래를 위해 돈을 모아야겠다는 계획은 없었어요.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만 잘 관리해서 남들한테 손 벌리지 말고 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지요”라고 했다. 그는 해당 지원사업이 자신의 경제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했다.
덕분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도 찾았다. 충북대 토목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2년 전만 해도 토목직 공무원을 목표로 준비했다. 연거푸 아슬아슬하게 낙방했지만 크게 아쉽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이미 자기와 같은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데 가 있었다. 그는 “저도 그랬고 다른 자립준비청년들도 그렇지만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요.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신용상담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것뿐 아니라 경제 관련 자격증을 더 따서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자립 과정에서 김씨는 경제적 문제만큼이나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했다. 대학 졸업 뒤 김씨는 마지막 울타리라고 여겼던 학교마저 이제 없어졌다는 생각에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는 “제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큰 우울감에 빠졌던 것 같아요. 시설에선 들어간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늘 단체생활이었거든요. 그래서 저 혼자 생활을 계획하고 꾸려 나가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라며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김씨가 비교적 짧게 방황을 끝낼 수 있었던 건 스스로의 각성과 각오도 있었지만 자신의 곁을 지켜줬던 멘토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시설 원장님이나 선생님들, 개인 후원자님들께 꾸준히 연락을 드렸어요. 힘들다고 말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제가 사는 모습 그대로를 말씀드렸어요. 수영도 다녀오고 집안일도 하고 공부도 했다고 말씀드렸죠”라고 말했다.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해도 제대로 된 부모가 없으면 방황하잖아요. 다 큰 성인의 멘토가 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런 방황하는 분들이 있으면 방황을 잡아줄 수 있거든요. 저도 멘토가 여러 분 있었고 그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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