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워" 4번이나 아들 버린 父, 알고보니 '한의사' 반전

MBC '실화탐사대' /사진=유튜브 채널 '실화 On' 캡처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필리핀에 유기하는 등 무려 4차례나 아들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의 사건이 재조명됐다.


MBC 실화탐사대의 유튜브 채널 '실화 On'은 4일 '생활고에 힘들다며 아이를 맡겼던 아버지의 충격 반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2019년 7월 실화탐사대에서 방송된 '필리핀에 아들 버린 한의사'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버림받은 아이를 돌봐준 필리핀 선교사의 이야기로 영상은 시작된다. 선교사는 "2014년 11월 선글라스를 낀 채 등산복 차림의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왔다"며 "아들을 필리핀 여성과 낳은 혼혈아라고 소개했다. (아버지가) 일용직 노동자라 연락처와 거처가 없다며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선교사는 "그래서 아이를 맡았는데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충격과 공포, 사춘기가 겹치며 삐뚤어지기 시작했다"며 "학교에서 소리만 지르고, 싸우기만 했다. 선생님들도 아이 통제가 안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아이가 동전 등 이물질을 자꾸 삼키고, 대변을 먹거나 남한테 문지르고,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 자르는 등 기괴한 행동을 했다"라고 밝혀 충격을 줬다.

MBC '실화탐사대' /사진=유튜브 채널 '실화 On' 캡처

결국 선교사는 아이와 부모를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버지의 연락처와 집 주소 등을 알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하나의 단서를 기억해 냈다. 자신이 어렸을 때 한 사찰에서 동자승 비슷하게 머물렀다고 이야기한 것.

이에 선교사는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사관 측은 아이와 생년월일이 같고 비슷한 이름의 여권을 검색했다.

무려 3개월이 넘는 시간 끝에 대사관 측은 아이와 생년월일이 같고 비슷한 이름의 여권을 찾아냈고, 아이와 여권의 사진을 비교해 동일 인물이란 것을 파악했다.

이후 여권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의 동선을 역추적해 한의사 아버지를 찾아냈다. 아이의 아버지가 실제로는 한의사였으나 선교사에게 일용직 노동자라고 거짓말을 한 것. 아이 역시 코피노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이의 아버지는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이가 산만하고 불안 증세를 보여 필리핀 특수학교에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또 영어를 배우는 게 앞으로 사회 생활에서 도움될 것 같아 유학을 보낸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MBC '실화탐사대' /사진=유튜브 채널 '실화 On' 캡처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아이의 아버지는 무려 4차례나 유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의사 아버지는 2010년 네팔, 2010~2011년 경남 창원 어린이집, 2012년 충북 괴산 사찰, 2014년 필리핀 등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버린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더했다.

대사관의 연락을 받고 필리핀으로 찾아온 아버지를 본 아이는 "지금은 날 데리러 왔지만, 또 다른 곳에 버릴 거에요"라고 말하며 공포에 떨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의사 아버지는 20년 넘게 운영한 한의원을 폐업했다. 또 그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유기·방임)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2020년 1월 부산지방법원은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의 1심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