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미운털'‥낙인 찍혀 시설 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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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22. 오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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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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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

경기도 부천의 한 '아동 그룹홈'에서, 원장 일가가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고, 조현병 진단을 받게 해 강제입원까지 시킨 의혹 전해드렸습니다.

이런 시설의 학대 피해를 외부에 알리면, 보복을 당하거나 여러 곳을 떠도는 처지로 내몰린다고 합니다.

유서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8월, 광주의 한 대학 화단에서 스무 살 신입생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0여년 동안 아동보호시설을 떠돌다 성인이 돼 보육원을 나온, 이른바 '보호종료 아동'이었습니다.

방학에도 돌아갈 집이 없는 데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자 기숙사에 남아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겁니다.

그 역시, 미성년자 5명을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경기도 부천의 그룹홈에 한 때 머물렀습니다.

숨지기 전까지 부천에서만 여러 보호 시설을 전전하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광주의 보육원까지 들어갔습니다.

[피해 학생 A]
"생활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그다음에 원장님 때문에 막 힘들어가지고… 연고도 없는 광주로 갔을 때 엄청 힘들었다고 하고…"

왜 여러 곳을 떠돌아야 했을까.

과거 부천의 한 보육원에서 학대 피해를 신고했다가 지역사회에서 '미운 털이 박힌 탓'이라는 게 그룹홈 친구들의 설명입니다.

[신인성/고아권익연대 사무국장]
"원장을 신고했다고 하는 부분은 시설에서 굉장히 경계를 하는 부분이잖아요. '신고를 했다' '민원을 넣었다' 그런 소문이 돌면 이 친구는 어떤 시설에서도 받아주려고 하지 않죠."

신고하고 쫓겨나면 돌아갈 집이 없다는 점도 그룹홈 아동들에겐 공포였습니다.

[피해 학생 B]
"애초에 부모님이 기르지 못하니까 여기로 보낸 건데, 신고를 하면 신고한 소문이 나서 다른 시설로 옮겨갈 수 있겠냐(고 했어요.)"

그룹홈 원장은 아이들의 신고를 막기 위해 그룹홈과 원장을 비방하지 않겠다거나, 문제 행동을 하면, 정신병원에 입원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아냈습니다.

관할 부천시는 그간 자체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뒤 해당 그룹홈의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유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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